멜번에서 살아남기/[멜번대] 박사과정 일상

박사과정은 생각한대로 안 돌아가기 나름이다

Bright_Ocean 2023. 8. 3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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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4개월차를 마무리해가고있는 박사과정학생이다.

호주의 박사과정은 초기에 심사가 많다. 6개월 차의 프리컨퍼메이션 (pre-confirmation), 그리고 1년차의 컨퍼메이션을 통과해야 어느정도 박사과정 학생으로써 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말할것도 없이 컨퍼메이션에 통과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학위는 종료된다. 그리하여, 박사 초기에는 컨퍼메이션들을 통과하기 위하여 자기 학생들 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의 당위성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학생들마다 컨퍼메이션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들을 세우기 나름인데, 

이미 인더스트리나, 이전의 연구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빠르게 실험을 진행시킨다. 대부분의 호주가 아닌 해외에서 석사를 마치고 온 학생들이 이런부류에 속한다. 왜냐? 호주에는 석사대신, degree with honors 라는 학위가 존재하는데, 이런과정을 마치는 학생들은 학부 이후 (학부도 호주는 3년과정이다.) 1년동안 간단한 연구경험만 마친 후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때문에, 학부 4년과정에 석사 2년과정동안 노예처럼 굴러댕긴 해외학생들의 연구 경험을 따라잡기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빠르게 데이터를 뽑아주는것이 해외석사를 마치고 넘어온 international students 들의 살아남는 방법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호주 학생들이 뒤쳐지는것은 아니다. 결국 자기 연구를 잘 광고하는것이 중요한데, 이런부분은 언어적이건 문화적이건, 호주학생들이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도 언어자체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간혹 다른 international 학생들과 이야기할때도 이런점들은 종종 대화주제로 떠오르곤 한다. 실제로도, 박사과정을 졸업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지는 학생들의 회귀분석을 해 보았을때, 모국어가 영어인가가 팩터로 잡힌다고 할 정도이니, 분명이 이러한 부분은 박사과정을 진행할때 무시될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애석하게도, 나는 두 경우 모두 빗겨나간 경우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약간의 실험능력은 일을하면서 쌓았지만, 석사를 하면서 3년넘게 실험실 근처에 가본적도 없고 (나는 석사를 이론과학을 하였다.) 그렇다고,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것도 아니라 아직도 영어능력은 버벅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항상 조급하다. 주변 친구들은 열심히 실험하는 모습들을 보때 가만히 앉아서 모델을 만드는 시간들 조차 나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 몇몇개의 연구제안들이 슈퍼바이져들에게 거절당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너무 이르게 진행하는 연구들이라던가. 박사과정 3년내에 끝마치기 힘든 연구이다 등등의 이유들이지만 결론은 같았다. 당연히 힘이 좀 빠지긴하지만 천천히 6개월차 pre-confirmation을 준비하는것으로 마음을 정리하였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잘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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