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펫] 멜번에서 살아남기/[렌트 도전기] 렌트를 해보자!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처음쓰는 박사과정 생활기

Bright_Ocean 2023. 8. 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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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탭을 만들었을때는, 사소한 내용들을 잘 기억할 수 있는 일기같은 스토리들을 올려야겠다 마음먹었으나, 벌써 4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그것을 한 두달도 못채우는,, 역시 나는 저널링을 잘하는 타입은 아닌가보다. 

  새로운 환경에는 나름 잘 살아남아 있다. Biomedical Engineering (BME)에 속해진 나의 슈퍼바이져는 두분인데, 두분 중 더 직급이 높은 교수님의 연구실인 조직공학 연구실에 자리를 얻어 생활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이랩의 모든 학생들은 실험만 하는 박사과정 혹은 포닥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연구실이 오픈랩이 아니기 때문에 2주에 한번있는 미팅을 제외하고는 크게 만날일이 없어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다 (아직 세포실험을 하는 곳은 구경도 못해봤다.ㅜㅜ) 사실 연구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분야가 너무 달라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 랩의 대부분은 3D 프린팅을 기반으로하는 조직공학을 연구하지만, 내 연구분야는 조직공학이랑은 살짝 거리가 있는 약물전달쪽에 가까운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동안의 나의 일과는 간단했다. 아침밥을 사들고 출근을 해서, 오전에 논문을 읽고, 점심밥을 먹고, 오후에 논문을 읽고, 퇴근할때까지 논문을 읽었다. 움직이는 시간은 커피나 차를 만들기 위에 한 층 아래의 간단하게 만들어진 탕비실을 방문하는 시간뿐.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사용하는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해서, 움직이는 시작이 적은것 대비 살은 덜 차오른 것 같다. 물론 저녁때마다 한시간정도 실내자전거를 타 왔던것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시간을 많이 투자한 덕분에 현재까지 publish된 대부분의 모델들을 커버하였고, 이를 노션에 정리해 두었다.  

  처음에는 노션을 작성하는 시간, 특히 수식들을 LaTeX로 넣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그냥 후다닥 논문들을 읽어나가는것이 더 나은것인가를 고민도 하였는데, 다 만들고 나서 보니 정리해놓은것이 리뷰를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 50개 정도의 모델을 보고나니, 어느모델이 어느 논문에 있었는지, 정확히 식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때 후다닥 노션에 들어가서 살펴보기 아주 좋다. 최근에는 모델들을 정리하면서 모은 식들의 공통점 차이점들을 슈퍼바이져와 이야기하였는데, 앞으로 쓸 리뷰에 이런점들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슈퍼바이져에 칭찬에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이 논문 서머리는 졸업할때까지 계속 채워나갈것 같다. 학위를 하면서 나의 논문들도 이곳에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최근에 함께 연구할 친구를 찾았다, 나의 메인 슈퍼바이져의 지도교수였던분의 랩에 속해져있는 박사과정학생인데, 흥미롭게도, 내가 실험을 해보고자하는 부분의 실험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고, 목표가 같아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계획을 슈퍼바이져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어짜피 친구가 속해있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나를 그쪽 랩미팅에 함께 참여시킬 계획이였다면서 잘 되었다고 하셨다. 결국 나는 조직공학실험실에 속해있지만, 혼자 이론과학 베이스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러면서도 화학공학과의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게 될 그런 "애매"한 박사과정학생이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 나의 소속은 언제나 "애매" 하였다. 유전공학과에 있었지만, 복수전공을 하여 학부 고학년의 대부분은 화학과의 수업들을 듣느라 정신없었고, 당연히 복학 이후 같은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적었다. 또한 화학과에서는 난 그냥 복수전공을 하는 공부열심히 하는 학생1(혹은 아저씨1) 이였으리라 생각된다. 대학원에 가서도 똑같았다. 생전 처음 수리통계학부에서 진행하는 수학수업들을 들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맞이 하였고, 성적과 관계없이 수학을 전공하는 애들 사이에 껴서 수리통계학부의 소속감을 느끼기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깊이에 비해 3년의 시간은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이 였다. 결국, 나는 박사과정을 진학할때 수학과 와 BME중 선택하라는 슈퍼바이져의 말에 또 몸담아본적 없는 새로운 전공인 BME에 진학하였다. 학부시절은 정말 지긋지긋하게 외로운 시간들이였고, 아직도 이 애매한 소속감을 어떤식으로 처리해야하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내가 맘편히 지낼 수있는 그룹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번외)

트레이딩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슬픈일은 박사과정 바로 직전에 AUD/CHF 페어에 롱을 들어갔는데, 아직도 물려서 정리를 못하고있다. 다행히 금리차이로인한 이자를 받아 조금 메꾸고 있지만, 엄청 떨어지기도 했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수도 있을 것 같아, 9월 미국금리 발표를 지켜보면서 조금씩, 눈물을 머금은 손해를 보며 팔고 있다. 2주에 한번씩 들어오는 월급의 일부를 투자계좌에 넣어두는데, 지난달과 이번달의 많은부분이 그냥 손해로 없어지는것을 보면서 참 쓰린마음을 부여잡고 있다. 아무래도 9월 까지는 조금씩 처리하면서 들고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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